복잡한 블록체인 데이터를 ‘그래프’라는 강력한 분석 프레임워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교과서적인 입문서로, 온체인 분석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Blockchain: A Graph Primer
- 저자: Cuneyt Gurcan Akcora, Yulia R. Gel, Murat Kantarcioglu
- 게재 학술지: arXiv
- 발행 연도: 2017
- 핵심 요약: 블록체인의 본질은 결국 주소(또는 트랜잭션)들 간의 상호 연결된 관계망이다. 이 논문은 블록체인 데이터를 수학의 한 분야인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의 관점에서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주소를 노드(Node)로, 거래를 엣지(Edge)로 표현하는 기본 개념부터 시작하여, 이를 통해 어떻게 의미 있는 패턴과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연구 배경
선형적인 블록 구조 너머에 있는 블록체인 데이터의 본질적인 ‘관계’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래프 이론이라는 수학적 렌즈가 필수적이다.
블록체인은 이름처럼 데이터가 시간 순서에 따라 블록에 담겨 사슬처럼 연결되는 선형적인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데이터의 실제 의미는 그 순서보다는 주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있다. A가 B에게, B가 C에게 자금을 보내는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관계와 흐름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여기서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이 핵심적인 분석 도구로 등장한다.
그래프 이론은 점(노드, Node)과 그 점들을 잇는 선(엣지, Edge)으로 구성된 모델을 통해 대상의 구조와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논문이 발표된 2017년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시기였으나, 대부분의 분석은 개별 거래나 주소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그래프’로 간주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특정 주소의 영향력(중심성 분석), 자금 세탁 경로 추적(경로 탐색),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사용자 그룹 식별(커뮤니티 탐지) 등 훨씬 더 고차원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따라서 이 논문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에게 왜 그래프 이론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제공하는 ‘첫 번째 수업’과도 같다.
해결하려는 문제
복잡하고 방대한 블록체인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연구자 및 분석가들에게, 이를 체계적으로 모델링하고 접근할 수 있는 표준화된 ‘분석 언어’와 ‘관점’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데이터는 그 양이 방대하고 구조가 생소하여 처음 접하는 분석가들에게는 큰 장벽으로 다가온다. 수억 개의 주소와 수십억 개의 거래 기록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이 논문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 **’분석의 진입 장벽’**이다. 특정 현상을 분석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제안하기보다는,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 자체에 대한 **’공통의 관점과 언어’**를 정립하고자 한다. 즉, “블록체인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도구를 사용해 표현하며,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그래프 이론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후속 연구자들이 더 쉽게 온체인 분석에 입문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모형
블록체인 데이터를 주소와 트랜잭션 간의 관계로 구성된 ‘그래프’로 변환하는 두 가지 주요 개념적 모델링 방식을 연구 모형으로 제시한다.
이 논문은 실험이나 예측 모델이 아닌, 블록체인 데이터를 그래프로 추상화하는 두 가지 핵심적인 개념 모델을 제안한다.
- 주소-중심 그래프 (Address-centric Graph):
- 노드(Node): 개별 지갑 주소.
- 엣지(Edge): 두 주소 간의 트랜잭션.
- 설명: 이 모델은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즉 주소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주소의 영향력이나 주소들 간의 커뮤니티 구조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과 유사한 관점을 제공한다.
- 트랜잭션-중심 그래프 (Transaction-centric Graph):
- 노드(Node): 주소뿐만 아니라, 트랜잭션 자체도 하나의 노드로 표현된다.
- 엣지(Edge): 주소에서 트랜잭션으로, 그리고 트랜잭션에서 다른 주소로의 자금 흐름을 나타낸다.
- 설명: 이 모델은 자금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트랜잭션이 여러 주소로부터 자금을 받아(Inputs) 여러 주소로 나누어 보내는(Outputs) 복잡한 과정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자금 세탁 분석이나 특정 트랜잭션의 구조를 분석할 때 효과적이다.
이 두 가지 모델은 분석의 목적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데이터 설명
본 논문은 특정 데이터셋을 사용하지 않으며, 모든 블록체인 데이터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그래프 모델링’ 방법론 자체를 설명한다.
- 출처: 논문에 구체적인 데이터 출처는 명시되지 않음. 본 논문은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튜토리얼 성격의 논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설명하는 방법론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거래 기반 블록체인의 온체인 데이터라면 어떤 것이든 적용 가능하다.
- 수집 방법: 실제 분석을 수행한다면, 블록체인 노드에서 직접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Dune Analytics, The Graph와 같은 데이터 인덱싱 플랫폼을 통해 트랜잭션 및 주소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것이다.
- 데이터 변수 설명: 이 논문은 데이터를 그래프로 변환했을 때 생성되는 개념적 변수들을 소개한다. 이는 특정 수치가 아니라 그래프의 구조적 속성을 나타낸다.
- 기본 그래프 요소 (Basic Graph Components)
V (Vertices/Nodes)
: 정점 또는 노드의 집합. 분석 모델에 따라 ‘지갑 주소’, ‘스마트 컨트랙트’, ‘트랜잭션’ 등이 될 수 있다.E (Edges)
: 엣지의 집합. 노드 간의 관계를 나타내며 ‘자금 이체’, ‘컨트랙트 호출’ 등이 될 수 있다. 엣지는가중치(Weight, 예: 거래량)
나방향성(Direction)
을 가질 수 있다.
- 구조적 측정 지표 (Structural Metrics)
- 경로 및 거리 (Path & Distance):
경로(Path)
: 한 노드에서 다른 노드까지 엣지를 따라 이동하는 순서. 자금의 이동 경로를 의미한다.거리(Distance)
: 두 노드 사이의 최단 경로 길이. 관계의 근접성을 나타낸다.
- 중심성 (Centrality):
연결 중심성 (Degree Centrality)
: 노드 하나가 얼마나 많은 엣지를 가졌는가. 즉, 한 주소가 얼마나 많은 다른 주소와 직접 거래했는지를 나타낸다.매개 중심성 (Betweenness Centrality)
: 노드가 다른 노드들 사이의 최단 경로에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가. 자금 흐름의 ‘중개자’나 ‘허브’ 역할을 하는 주소를 식별한다.
- 군집화 (Clustering):
클러스터링 계수 (Clustering Coefficient)
: 한 노드의 이웃 노드들끼리 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 특정 사용자 그룹의 내부 결속력을 보여준다.
- 경로 및 거리 (Path & Distance):
- 기본 그래프 요소 (Basic Graph Components)
데이터 분석
실제 데이터 분석 대신, 그래프로 변환된 블록체인 데이터에 적용하여 유의미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그래프 분석 기법들을 소개한다.
이 논문은 실제 데이터셋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블록체인을 그래프로 모델링했을 때 어떤 종류의 분석이 가능해지는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데 집중한다. 논문에서 소개하는 주요 분석 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 중심성 분석 (Centrality Analysis): 그래프 이론의 중심성 척도(연결, 매개, 근접 등)를 계산하여 네트워크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핵심 플레이어’ 주소나 컨트랙트를 식별할 수 있다.
- 경로 탐색 (Pathfinding): 특정 주소에서 출발한 자금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주소로 흘러 들어가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이는 자금 세탁이나 해킹 자금 추적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커뮤니티 탐지 (Community Detection): 서로 간에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주소들의 그룹, 즉 ‘커뮤니티’를 자동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이는 특정 DApp의 파워 유저 그룹이나 동일한 목적을 가진 사용자 집단을 식별하는 고객 세분화의 기초가 된다.
- 이상 탐지 (Anomaly Detection): 일반적인 거래 그래프 패턴에서 벗어나는 특이한 구조(예: 갑자기 수많은 주소와 연결되는 노드)를 식별하여 의심스러운 활동이나 시스템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 결과
블록체인 데이터는 그래프 이론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볼 때, 그 안에 숨겨진 복잡한 구조와 관계, 그리고 핵심 행위자들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풍부한 정보의 보고(寶庫)이다.
이 논문의 핵심 결과는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는,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는 강력하고 명료한 ‘관점’의 제시에 있다. 논문은 블록체인과 그래프 이론이라는 두 분야를 성공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공했다. 개별 트랜잭션을 하나씩 보는 미시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 네트워크의 구조와 동학을 파악하는 거시적 관점을 채택할 때 비로소 데이터의 숨겨진 의미가 드러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논문 이후, 온체인 데이터를 그래프로 분석하는 것은 특정 목적(예: 비식별화, 사기 탐지)을 위한 표준적인 접근법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시사점
온체인 데이터 분석의 본질은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며, 그래프 이론은 이 관계를 해석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언어이다.
이 논문이 실무에 던지는 가장 큰 시사점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래프 사고방식(Graph Thinking)**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거래량이나 거래 횟수 같은 통계 수치를 집계하는 것을 넘어,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 ‘네트워크의 중심은 어디인가’, ‘자금은 어떻게 흘러가는가’와 같은 구조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Web3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보안 전문가 등 블록체인 데이터를 다루는 모든 직군에게 그래프 이론이 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에 가까움을 의미한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개별 행동뿐만 아니라, 고객이 속한 커뮤니티와 관계망 속에서의 위치를 함께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선을 연결해 점의 의미를 찾아라: 트랜잭션 그래프로 고객의 숨은 영향력을 발견하라.
이 논문이 제시하는 그래프 이론의 추상적인 개념들은 Web3 마케터에게 고객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거래량이나 자산 규모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고객의 진짜 ‘가치’와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다.
- 고객 페르소나 예시: “조용한 허브 (The Quiet Hub)”
- 온체인 특성: 이 사용자의 지갑은 USDC 보유량이나 총 거래액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래프의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을 분석해보면, 서로 다른 여러 사용자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많은 거래들이 이 지갑을 거쳐서 전달된다.
- 해석: 이 사용자는 직접적인 고래 투자자는 아닐지라도, 특정 커뮤니티 내에서 신뢰를 받는 중개인이거나 여러 소규모 그룹을 연결하는 핵심 인플루언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영향력은 자산 규모가 아닌 ‘관계의 중심’이라는 위치에서 나온다.
- 마케팅 액션 제안:
- 영향력 기반 리워드 제공: 이들에게 거래 수수료 할인 같은 금전적 혜택보다는, 그들의 네트워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이 사용자를 통해 가입한 신규 유저들에게 추가 보너스를 제공하여 이들의 ‘허브’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강화해준다.
- 커뮤니티 리더로의 위촉: 이들을 공식적인 ‘커뮤니티 앰배서더’나 ‘모더레이터’로 초대한다. 이들은 이미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제품/서비스의 소식을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네트워크 시각화 리포트 제공: “당신은 OOO 커뮤니티에서 상위 5%의 영향력을 가진 허브입니다”와 같이, 그들의 네트워크 내 위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개인화된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여 특별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