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SWIFT)의 느리고 비싼 구조적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리플(Ripple)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중개자를 제거하고 거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지 그 원리와 사례를 분석한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국경 간 지급결제에서 블록체인의 기능과 역할
- 저자: 임금섭
- 게재 학술지: 지급결제학회지
- 발행 연도: 2024
- 핵심 요약: 전통적인 국경 간 지급결제 방식인 SWIFT 망이 다수의 중개 은행을 거치며 발생하는 시간, 비용, 투명성 문제를 분석했다. 대안으로, 리플(Ripple)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기술(DLT)이 어떻게 중개 과정을 단순화하고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를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하게 하는지를 비교 분석하여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과 한계를 평가했다.
연구 배경
해외에 돈을 보내는 데 며칠씩 걸리고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연구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국제 금융 시스템의 ‘배관’을 들여다보고,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이 낡은 배관을 어떻게 교체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우리가 해외에 있는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때, 돈이 인터넷 선을 타고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여러 은행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의 중심에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망과 환거래 은행(Correspondent Bank)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A은행에서 미국의 B은행으로 돈을 보내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칠 수 있다.
- A은행이 B은행에 직접 계좌가 없으면, 국제 송금 업무를 대리해주는 거대 은행(환거래 은행)인 C은행에 송금을 요청한다.
- C은행은 다시 미국에 있는 자신의 파트너 은행인 D은행에 메시지를 보낸다.
- D은행이 최종적으로 B은행에 자금을 전달한다.
이처럼 여러 중개 은행을 거치기 때문에 국제 송금은 **느리고(2~5 영업일), 비싸며(각 은행이 수수료를 뗌), 불투명(현재 내 돈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기 어려움)**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DLT)**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중앙 기관 없이 여러 참여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공 거래 장부’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중개 은행 없이도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직접 자금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국경 간 지급결제 혁신을 목표로 하는 리플(Ripple) 프로토콜과 그 네이티브 자산인 XRP를 주요 사례로 분석한다.
해결하려는 문제
느리고, 비싸고, 불투명한 기존의 국제 송금 방식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인 인프라로서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한다.
이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특정 고객이나 기업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비효율성이다. 수십 년간 사용되어 온 SWIFT 기반의 국제 송금 시스템은 이제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높은 비용: 송금액의 상당 부분이 중개 은행들의 수수료로 사라진다. 특히 소액 송금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 느린 속도: 각국 은행의 영업시간과 시차, 복잡한 자금 세탁 방지(AML) 확인 절차 등으로 인해 송금이 완료되기까지 며칠씩 소요된다.
- 낮은 투명성: 송금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들이 왜 발생하는지를 SWIFT 시스템의 구조를 통해 분석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그 원리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블록체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실제 금융 인프라를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인지 그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연구 모형
기존 국제 지급결제 시스템(SWIFT망)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리플 네트워크)의 작동 방식을 비교 분석하는 사례 연구 모형을 채택하여, 효율성과 확장성, 한계점을 평가한다.
본 연구는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통계 모델을 만드는 대신, 기존에 존재하는 두 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사례 연구(Case Study) 방법론을 사용한다. 연구 모형은 다음과 같은 비교 분석 프레임워크로 구성된다.
- 시스템 A 분석 (SWIFT 시스템):
- 참여자: 송금 은행, 수취 은행, 다수의 중개 환거래 은행.
- 프로세스: SWIFT 메시지 전송 → 각 은행의 계좌에서 실제 자금 차감 및 입금 (후행 정산).
- 문제점: 시간 지연, 높은 수수료, 낮은 투명성.
- 시스템 B 분석 (블록체인 기반 리플 시스템):
- 참여자: 리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금융 기관들.
- 프로세스: XRP와 같은 브릿지 자산(Bridge Asset)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가치를 교환하고 정산.
- 장점: 빠른 속도(수 초), 저렴한 비용, 높은 투명성 (분산원장에서 거래 추적 가능).
- 비교 평가:
- 두 시스템을 거래 속도, 비용, 확장성, 안정성, 규제 준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비교하여 각 시스템의 장단점과 한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데이터 설명
특정 고객 데이터가 아닌, SWIFT와 리플(Ripple) 등 공개적으로 알려진 국제 지급결제 시스템의 작동 원리, 구조, 관련 보고서 등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 출처: 본 연구는 특정 트랜잭션 데이터셋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SWIFT, 리플, 국제결제은행(BIS), 각국 중앙은행 등에서 발행한 공식 문서, 백서(Whitepaper), 기술 보고서, 그리고 관련 언론 기사 등을 주요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데이터의 성격은 온체인/오프체인 데이터가 아닌, 시스템에 대한 기술적/개념적 자료이다.
- 수집 방법: 문헌 연구 및 공개된 자료 조사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 데이터 변수 설명: 본 연구는 정량적 변수 대신, 각 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하는 ‘개념적 변수’를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 SWIFT 시스템의 특징 변수:
네트워크 구조
: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환거래 은행 중심의 중앙 집중적 구조.메시징 표준
: MT(Message Type)라는 고유의 메시지 형식을 사용.결제 시간
: 평균 2~5 영업일.거래 비용
: 높음 (여러 중개 기관이 수수료 부과).투명성
: 낮음 (엔드투엔드 거래 추적의 어려움).
- 블록체인 시스템(리플)의 특징 변수:
네트워크 구조
: 분산원장기술(DLT)에 기반한 P2P 네트워크.자산 이전 방식
: XRP와 같은 브릿지 통화(Bridge Currency) 또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가치 이전.결제 시간
: 평균 3~5초.거래 비용
: 매우 낮음 (중개자 제거).투명성
: 높음 (분산원장에서 모든 거래 검증 및 추적 가능).
- SWIFT 시스템의 특징 변수:
데이터 분석
두 지급결제 시스템의 구조와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비교하여,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중개 기관 축소’를 통해 어떻게 시간과 비용의 비효율을 해결하는지를 질적으로 분석했다.
본 연구의 분석은 정량적 분석이 아닌 **질적 비교 분석(Qualitative Comparative Analysis)**에 해당한다. 연구자는 먼저 전통적인 SWIFT 국제 송금 과정을 단계별로 해부했다. 송금 요청, 자금 세탁 방지(AML) 확인, 환거래 은행으로의 이체, 외환 처리, 수취 은행으로의 이체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각각의 단계에서 왜 시간이 지연되고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했다.
그 다음, 리플 네트워크를 이용한 송금 과정을 동일하게 분석했다. 리플 시스템에서는 금융기관들이 XRP라는 공통의 브릿지 자산을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가치를 교환하므로, 여러 중개 은행을 거칠 필요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 원화(KRW)를 미국 달러(USD)로 보낼 때, KRW → XRP → USD
와 같이 단 두 번의 환전만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송금이 완료된다.
이러한 비교 분석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국제 송금의 비효율성을 해결하는 핵심 원리가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즉 불필요한 중간 단계를 제거하는 데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핵심 결과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은 중개 기관의 역할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SWIFT망 대비 거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본 연구의 핵심 결과는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국제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은행) 없이도 자산의 안전한 이전을 보장하는 ‘신뢰 기계(Trust Machine)’ 역할을 함으로써, 여러 은행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기존 구조를 단순화시킨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 속도: 며칠씩 걸리던 거래가 수 초에서 수 분 내로 완료된다.
- 비용: 여러 중개 은행에 지불하던 수수료가 사라져, 거래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 투명성: 모든 거래가 분산원장에 기록되므로, 참여자들은 거래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이 만능은 아니다. 본 연구는 브릿지 자산의 가격 변동성 문제, 각국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 그리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동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한계와 과제 또한 함께 제시했다.
시사점
블록체인 기술은 국제 금융 인프라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며, 기존 금융 기관들은 관련 기술을 도입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 연구는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블록체인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특히 국경 간 지급결제와 같이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비효율이 발생하는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존 금융 기관들은 이 기술을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사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부상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룬 리플(XRP)과 같은 변동성 자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치가 법정화폐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이 국경 간 결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관련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인사이트
가치는 국경을 넘어, 중개자 없이, 빛의 속도로 흐른다.
이 논문은 기술이 어떻게 고객의 근본적인 ‘고통점(Pain Point)’을 해결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느리고 비싼 해외송금’이라는 명확한 문제를, ‘탈중개화’라는 기술적 본질로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 고객 페르소나 예시: “글로벌 프리랜서, 지아”
- 특징: 지아는 미국에 있는 클라이언트로부터 프로젝트 대금을 정산받는다. 과거에는 은행 송금을 통해 며칠을 기다리고 5%에 가까운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USDC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몇 분 만에, 거의 0에 가까운 수수료로 대금을 받는다. 그녀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가치(속도, 저비용, P2P)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이다.
- 데이터 기반 행동 추정: CEX(중앙화 거래소) 주소가 아닌, 개인 지갑 주소(EOA) 간의 USDC 이체 트랜잭션이 주기적으로 발생함.
- 실질적인 마케팅 액션 제안:
- 타겟 고객군 정의 및 공략: ‘지아’와 같이 국경 간 거래가 잦은 프리랜서, 해외 수출입 중소기업,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등을 핵심 타겟 고객으로 정의한다. 이들에게 “은행 송금 수수료와 시간, 아직도 낭비하고 계세요?”와 같이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USDC 송금의 장점을 어필하는 콘텐츠 마케팅을 실행한다.
- 사용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 개발(UX/UI Focus): 이 타겟 고객들은 기술 전문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복잡한 지갑 주소나 가스비 개념 없이도, 마치 기존 금융 앱(토스, 카카오페이)을 쓰듯 쉽게 USDC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서비스(dApp)나 지갑을 개발하고 홍보한다.
- 신뢰 구축을 위한 온/오프 램프 강화: 주요 국가의 현지 법정화폐 거래소나 핀테크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용자들이 받은 USDC를 해당 국가의 법정화폐로 쉽고 안전하게 환전할 수 있는 ‘온/오프 램프(On/Off-ramp)’ 솔루션을 강화한다. 이는 서비스의 신뢰도와 실용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