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Salesforce) 등 주요 CRM 솔루션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시도가 기술적,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패하거나 중단되었음을 보여주는 ‘현실 점검’ 보고서이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When Blockchain Meets CRM: An Evaluation of Enterprise CRM Vendor Blockchain Capabilities
- 저자: Seth J. Kinnett, Saeed Abooleet
- 게재 학술지: AMCIS 2022 Proceedings (Americas Conference on Information Systems)
- 발행 연도: 2022
- 핵심 요약: 블록체인 기술이 고객 관계 관리(CRM)를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Salesforce, SAP, Oracle 등 주요 엔터프라이즈 CRM 벤더들이 실제로 어떤 블록체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지, 그들의 공식 발표와 기술 문서를 바탕으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많은 벤더들이 야심 차게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를 발표했으나, 대부분의 기능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거나 명확한 비즈니스 사례를 찾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되었음을 발견했다. 이는 기존의 중앙화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모델과 블록체인의 분산 원장 구조 간의 근본적인 통합 어려움 때문임을 지적했다.
연구 배경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이다!”라는 외침이 IT 업계를 휩쓸던 시절, 모든 기업은 자사 제품에 ‘블록체인’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붙이고 싶어 했다. 이 연구는 CRM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그 화려했던 약속이 과연 현실이 되었는지 냉철하게 추적하고 평가한다.
고객 관계 관리(CRM) 시스템은 기업 운영의 핵심이다. 2000년대의 설치형 소프트웨어(CRM 1.0)에서 시작하여, 세일즈포스가 주도한 클라우드/SaaS형(CRM 2.0),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가 결합된(CRM 3.0) 시대를 거쳐, 이제 시장은 CRM 4.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CRM 4.0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기반으로, 더 지능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고객 중심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CRM 분야에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가능성을 약속했다.
- 데이터 주권: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기업에게 데이터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모델.
- 투명성과 신뢰: 모든 고객 상호작용과 보상 내역을 위변조 불가능한 원장에 기록.
- 상호운용성: 서로 다른 기업의 로열티 포인트나 고객 데이터를 토큰화하여 자유롭게 교환.
이러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 2018년을 전후로 Salesforce, Oracle, SAP과 같은 글로벌 CRM 강자들은 앞다투어 자사의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본 연구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그들의 약속이 어디까지 실현되었는지, ‘기대(Hype)’와 ‘현실(Reality)’ 사이의 격차를 분석하고자 한다.
해결하려는 문제
‘블록체인 CRM’이라는 장밋빛 전망과 실제 기술 구현 사이의 격차를 파악하고, 왜 주요 CRM 벤더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자사 제품에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CRM 도입을 고려할 때,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벤더들의 기술 로드맵과 실제 역량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당시 많은 기업들은 “Salesforce가 블록체인 CRM을 곧 출시한다니, 우리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잠재력과 실제 상용화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이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 **’기술 상용화의 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 Salesforce, Oracle, SAP 등은 실제로 어떤 블록체인 기반 CRM 기능을 발표했으며, 그 기능들은 무엇을 목표로 했는가?
- 2022년 현재, 그 기능들은 실제로 고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는가?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거나 서비스가 중단되었는가?
- 만약 실패했다면, 그 근본적인 기술적, 전략적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향후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도입할 때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어려움과 현실적인 한계를 미리 파악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모형
주요 CRM 벤더(Salesforce, Oracle, SAP 등)들의 블록체인 관련 공식 발표, 기술 문서, 백서 등을 수집하여, 이들이 제시한 블록체인 CRM의 기능과 현재 서비스 상태를 비교 분석하는 정성적 사례 연구를 수행한다.
본 연구는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을 비교 분석하는 다중 사례 연구(Multi-case Study) 방법론을 사용했다.
- 사례 선정: 글로벌 CRM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핵심 벤더들(Salesforce, SAP, Oracle, Microsoft 등)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다.
- 자료 수집: 각 벤더가 지난 몇 년간 발표한 블록체인 관련 공식 자료를 포괄적으로 수집한다.
- 보도자료, 공식 블로그 포스트, 연차 보고서
- 제품 소개 페이지, 기술 백서(Whitepaper), 개발자 문서
-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및 기술 미디어의 토론 및 기사
- 역량 분석 및 현황 추적:
-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각 벤더가 초기에 어떤 블록체인 CRM 기능을 어떤 이름으로 발표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한다.
- 현재 시점에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식 웹페이지, 개발자 문서 등이 여전히 유효한지, 아니면 사라졌거나 내용이 축소되었는지를 추적하여 서비스의 현재 상태를 판단한다.
- 결과 종합 및 원인 분석:
- 각 벤더들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패턴(예: 초기 하이프 후 관심 감소)을 발견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기술적, 구조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데이터 설명
Salesforce, SAP, Oracle, Microsoft 등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공개한 기술 문서, 백서, 보도자료, 온라인 포럼 등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 출처: 본 연구의 ‘데이터’는 각 기업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공식 및 비공식 문헌 자료이다. 이는 특정 고객이나 거래 데이터가 아닌, 기업의 전략과 기술에 대한 오프체인(Off-chain) 텍스트 데이터이다.
- 수집 방법: 연구진은 각 기업의 공식 웹사이트, 개발자 포털, 보도자료 아카이브 등을 체계적으로 검색하고, 관련 기술 미디어의 기사를 추적하여 시계열 순으로 자료를 정리했다.
- 데이터 변수 설명: 본 연구는 정량적 변수 대신, 각 벤더의 블록체인 이니셔티브를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질적 속성들을 분석의 ‘변수’로 삼았다.
벤더(Vendor)
:Salesforce
,SAP
,Oracle
,Microsoft
등.블록체인 제품/서비스명
:Salesforce Blockchain
,SAP Leonardo Blockchain
,Oracle Blockchain Platform
,Azure Blockchain Service
등.제안된 CRM 활용 사례
:신뢰 기반의 공급망 추적
,탈중앙화된 고객 ID 관리
,블록체인 기반 로열티 프로그램
,투명한 계약 관리
등.주요 기술 기반
: 주로 기업용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인Hyperledger Fabric
이나 이더리움 기반의 컨소시엄 블록체인.현재 서비스 상태 (2022년 기준)
:활성(Active)
,제한적 제공(Limited)
,우선순위 하락(Deprioritized)
,서비스 중단(Discontinued)
.
데이터 분석
각 벤더별 블록체인 CRM 추진 이력을 추적하고 비교 분석한 결과, 야심 차게 시작했던 많은 프로젝트들이 명확한 비즈니스 사례를 찾지 못하거나,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문제에 부딪혀 사실상 중단되거나 축소되었음을 확인했다.
본 연구의 분석은 각 벤더가 걸어온 ‘블록체인 CRM’의 여정을 시간순으로 재구성하고, 그들의 공통적인 실패 패턴을 찾아내는 **질적 서사 분석(Qualitative Narrative Analysis)**에 가깝다.
연구진은 각 벤더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Salesforce는 2018년 “코딩 없이 블록체인 앱을 만들 수 있다”며 ‘Salesforce Blockchain’을 화려하게 발표했지만, 몇 년 후 이 제품은 회사의 주요 제품 목록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Microsoft 역시 ‘Azure Blockchain Service’를 출시했지만, 2021년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개별 사례들을 종합한 결과, 대부분의 주요 벤더들이 비슷한 경로를 밟았음을 발견했다.
- 초기 (Hype): 시장의 높은 기대감에 부응하여 블록체인 관련 제품/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발표한다.
- 중기 (Struggle): 실제 고객들이 원하는 명확한 유스케이스를 찾지 못하고, 기존의 중앙화된 자사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동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을 겪는다.
- 후기 (Decline):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하여, 관련 투자를 줄이고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낮추거나 조용히 서비스를 중단한다.
핵심 결과
주요 CRM 벤더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의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 중심의 아키텍처에 통합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블록체인 CRM 이니셔티브는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 연구의 핵심 결과는 **’위대한 실패’**의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들이 왜 블록체인 CRM이라는 유망해 보이는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을까? 연구진은 그 근본적인 원인이 기술 및 아키텍처의 부조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 아키텍처의 충돌: 전통적인 CRM 시스템은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중앙화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블록체인은 데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저장되고, 참여자들의 합의에 의해서만 데이터가 변경되는 탈중앙화된 분산 원장이다. 이 두 가지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른 철학과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하나를 다른 하나에 억지로 끼워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기술적 어려움을 넘어, “그래서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고객들이 기존 CRM에 추가 비용을 내면서까지 블록체인 기능을 사용할 만큼, 명확하고 강력한 사용 사례(Use Case)를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시사점
진정한 ‘블록체인 CRM’ 또는 ‘Web3 CRM’은 기존의 Web2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특성에 맞춰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되는 ‘네이티브(Native)’한 접근법을 통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의 결과는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어설픈 통합’은 실패한다. 이 연구는 기존의 거대한 레거시 시스템에 새로운 기술을 덧붙이는 방식의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블록체인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의 틀에 블록체인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의 철학(탈중앙성, 사용자 주권)에 맞춰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시스템 아키텍처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Re-architecting)**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새로운 시장은 새로운 플레이어의 기회이다. Salesforce나 Oracle과 같은 기존의 강자들이 Web3 CRM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시장에 새로운 스타트업과 Web3 네이티브 프로젝트들에게 엄청난 기회가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기존 시스템의 제약 없이, 처음부터 블록체인 네이티브한 CRM 솔루션을 만드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인사이트
Web2의 지도 위에 Web3의 길을 낼 수 없다. 새로운 지도를 그려라.
이 논문은, 혁신이 어디서 오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은 기존의 강자가 자신의 것을 약간 개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새로운 도전자로부터 온다. Web3 CRM의 미래는 Web2 CRM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판이며, 새로운 규칙과 새로운 플레이어를 필요로 한다.
- 페르소나 예시: “Web3 네이티브 CRM 빌더, 대니(Danny)”
- 특징: 대니는 Web3 프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CRM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다. 그는 이 논문을 읽고, Salesforce나 Hubspot과 같은 기존 CRM 툴에 블록체인 기능을 ‘연동’하려던 초기 계획을 완전히 폐기한다. 그는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고, 그것이 Web3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의 목표는 모든 것을 온체인 데이터와 지갑 주소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여, **Web3 사용자의 행동과 문화에 완벽하게 맞는 ‘Web3 네이티브 CRM’**을 만드는 것이다.
- 데이터 기반 행동: 주요 CRM 벤더들의 실패 사례 분석, Web3 네이티브 프로젝트들의 실제 고객 관리 문제점에 대한 심층 인터뷰, 탈중앙화된 아키텍처 설계에 집중.
- 실질적인 마케팅 액션 제안 (새로운 Web3 CRM 솔루션 관점):
- ‘Web3 네이티브’ 가치 제안: 경쟁 상대를 기존 CRM(Salesforce)이 아닌, Web3 프로젝트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파편화된 데이터’, ‘사용자 분석의 어려움’)로 설정한다. **”더 이상 여러 블록 탐색기와 스프레드시트로 고객을 수동 관리하지 마세요. 저희 툴은 당신의 모든 온체인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여, 단일 대시보드에서 고객 세분화와 개인화 마케팅을 가능하게 합니다”**와 같이, Web3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고통점(Pain Point)’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주는 솔루션임을 강조한다.
- Web3 네이티브 생태계와의 통합: 기존 CRM과의 연동 대신, Web3 데이터 분석가와 마케터들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Dune Analytics, Nansen, Flipside Crypto와 같은 Web3 네이티브 데이터 플랫폼과의 API 통합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사용자들이 기존에 만들어 둔 Dune 대시보드의 데이터를 원클릭으로 불러와 CRM 분석에 활용할 수 있게 하여, 진입 장벽을 낮춘다.
- 실행 가능한 온체인 액션 연동: 단순히 고객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것을 넘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온체인 액션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가치 이탈 위험 고객’ 세그먼트를 식별한 후, 버튼 클릭 한 번으로 이들에게 Gnosis Safe를 통해 인센티브 토큰을 멀티센드(multisend) 에어드랍하는 기능을 제공하여, 분석과 실행을 하나로 통합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