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ERC20 토큰 생태계의 성장 과정과 사용자 행동 패턴을 네트워크 과학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로, 개별 사용자를 넘어 전체 시장의 동역학을 이해하는 거시적 관점을 제공한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User behavior and token adoption on ERC20
- 저자: Alfredo J. Morales, Shahar Somin, Yaniv Altshuler, Alex ‘Sandy’ Pentland
- 게재 학술지: arXiv
- 발행 연도: 2020
- 핵심 요약: 이더리움상의 수많은 ERC20 토큰들의 채택 과정과 사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토큰은 초기에 소수의 사용자에게 집중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확산되는 네트워크 효과를 보이며, 사용자들은 여러 토큰을 동시에 보유하고 상호작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연구 배경
모든 토큰은 평등하게 창조되지 않으며, 그 성공은 기술적 우수성이 아닌 네트워크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ERC20은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을 발행하기 위한 기술 표준으로, 오늘날 수만 개에 달하는 다양한 토큰들의 기반이 되었다. DeFi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부터 유틸리티 토큰, 밈 코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ERC20 토큰이 매일 생성되고 거래된다. 하지만 이 수많은 토큰 중 극소수만이 사용자들에게 널리 채택되어 살아남고, 대부분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있는 원리를 탐구하기 위해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 이라는 강력한 분석 도구를 도입한다. 네트워크 과학은 현실 세계의 복잡한 시스템(예: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전력망)을 노드(Node, 개체)와 엣지(Edge, 관계)로 구성된 그래프로 모델링하고 그 구조와 동역학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더리움의 사용자와 토큰을 ‘노드’로, 토큰 거래를 ‘엣지’로 간주하여 전체 ERC20 생태계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특정 토큰이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퍼져나가는지(채택), 그리고 사용자들은 토큰을 어떤 방식으로 보유하고 거래하는지(행동)에 대한 거시적인 패턴과 법칙을 발견하고자 했다.
해결하려는 문제
수만 개의 ERC20 토큰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어떤 토큰이 성공적으로 채택되고, 사용자는 새로운 토큰을 어떻게 발견하고 보유하며, 전체 토큰 생태계는 어떤 구조적 패턴을 가지고 진화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토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팀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우리 토큰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하게 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별 프로젝트의 기능을 넘어, 전체 토큰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과 사용자들이 행동하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 토큰의 성공은 소수의 ‘고래(Whale)’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다수의 ‘개미’에 의해 결정되는가?
- 사용자들은 하나의 토큰에 집중하는 ‘전문가’인가, 아니면 여러 토큰을 보유하는 ‘다각화 투자자’인가?
- 새로운 토큰이 사용자들에게 퍼져나가는 과정은 전염병의 확산과 같은 특정 모델을 따르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토큰 경제의 보이지 않는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와 예측 모델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모형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전체 ERC20 토큰 전송 기록을 거대한 네트워크 그래프로 구성하고, 네트워크 과학의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시간에 따른 토큰 네트워크의 구조적 변화와 사용자 행동의 진화 과정을 분석한다.
본 연구의 모형은 특정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 모델이라기보다는, 방대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패턴을 발견하는 탐색적 데이터 분석(Exploratory Data Analysis) 모델에 가깝다. 연구 모형의 핵심은 이더리움의 거래 데이터를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렌즈로 바라보는 것이다.
- 네트워크 구축(Network Construction):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모든 ERC20 토큰 전송 기록을 추출한다. 각 사용자 지갑 주소와 각 ERC20 토큰 컨트랙트를 ‘노드’로 정의하고, 사용자 간의 토큰 전송이나 사용자와 컨트랙트 간의 상호작용을 ‘엣지’로 정의하여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거대한 그래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 거시적 특성 분석(Macro-level Analysis): 시간에 따라 각 토큰 네트워크의 전체 사용자 수(노드 수), 총 거래 수(엣지 수), 네트워크 밀도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여 토큰의 성장 단계를 분석한다.
- 미시적 행동 분석(Micro-level Analysis): 개별 사용자 수준에서, 한 사용자가 보유한 토큰 포트폴리오의 다양성(보유한 토큰 종류의 수)이나, 다른 사용자들과 얼마나 많이 연결되어 있는지(네트워크 중심성) 등을 측정하여 사용자 행동의 공통적인 특징을 도출한다.
데이터 설명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존재하는 모든 ERC20 토큰의 트랜잭션 데이터를 활용했다.
- 출처: Google BigQuery에 공개된 이더리움(Ethereum) 퍼블릭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이 데이터셋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모든 블록과 트랜잭션 기록을 포함하고 있어 대규모 분석에 용이하다.
- 수집 방법: Google BigQuery에 SQL 쿼리를 실행하여, 연구에 필요한 기간 동안의 모든 ERC20 토큰 전송(Transfer) 이벤트를 추출했다.
- 온체인 여부: 데이터의 100%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직접 추출된 온체인 데이터이다.
- 데이터 변수 설명: 본 연구는 개별 트랜잭션 자체보다는, 트랜잭션들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구조와 사용자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따라서 변수들은 개체 수준과 네트워크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 사용자 수준 변수 (User-level Variables):
토큰 포트폴리오 크기 (Token Portfolio Size)
: 한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서로 다른 ERC20 토큰의 종류 수.차수 중심성 (Degree Centrality)
: 한 사용자가 얼마나 많은 다른 사용자들과 직접적인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네트워크 내에서의 영향력이나 활동성을 의미한다.거래량 및 빈도 (Volume & Frequency)
: 특정 기간 동안 사용자의 총 거래액 및 거래 횟수.
- 토큰 네트워크 수준 변수 (Token Network-level Variables):
홀더 수 (Number of Holders)
: 특정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총 사용자(지갑) 수. 토큰의 채택 규모를 나타낸다.트랜잭션 수 (Number of Transactions)
: 특정 토큰의 총 거래 횟수. 토큰의 활성도를 나타낸다.지니 계수 (Gini Coefficient)
: 특정 토큰이 소수의 사용자에게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불평등 지수.
- 사용자 수준 변수 (User-level Variables):
데이터 분석
시간에 따른 각 토큰 네트워크의 성장 패턴을 추적하고, 사용자들의 토큰 보유 행태(포트폴리오)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토큰 채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사용자 행동 유형을 도출했다.
본 연구의 데이터 분석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종단적 분석(Longitudinal Analysis)**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여러 ERC20 토큰들이 출시된 직후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홀더 수와 트랜잭션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토큰 채택 과정이 전형적인 S자 성장 곡선을 그리는지, 아니면 다른 패턴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둘째, 특정 시점에서의 **횡단면 분석(Cross-sectional Analysis)**을 통해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했다. 예를 들어, 모든 ERC20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보유한 토큰의 종류가 몇 개인지 분포를 그려보았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사용자가 소수의 토큰에만 집중하는지, 아니면 다수의 토큰에 분산 투자하는지를 통계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토큰의 부가 소수의 ‘고래’ 지갑에 집중되어 있는지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했다.
핵심 결과
대부분의 성공적인 토큰은 초기에 소수의 핵심 사용자(고래)에 의해 주도되다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점차 확산되었으며, 사용자들은 단일 토큰에 ‘올인’하기보다는 여러 토큰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규모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ERC20 토큰 생태계의 몇 가지 중요한 작동 원리가 발견되었다.
- 네트워크 효과가 지배한다: 성공적인 토큰은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즉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초기에는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용자들이 채택을 주도하고, 이들의 활동이 다른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 사용자는 다각화한다 (Diversification): 사용자들은 자신의 자산을 단 하나의 토큰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ERC20 토큰을 동시에 보유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 접근법을 취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특정 토큰의 실패 위험을 분산시키고, 다양한 생태계의 기회에 참여하고자 함을 시사한다.
- 부는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의 토큰 네트워크에서, 극소수의 주소(고래)가 토큰 공급량의 대부분을 소유하는 부의 집중 현상, 즉 멱법칙(Power-law) 분포가 관찰되었다.
시사점
새로운 토큰 프로젝트의 성공은 초기 커뮤니티 빌딩과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달려 있으며, 다른 토큰 생태계와 고립되기보다는 상호 운용성을 통해 기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 연구 결과는 새로운 WEB3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팀들에게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 초기에 프로젝트의 가치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핵심 초기 사용자 그룹을 확보하여 네트워크 효과의 불꽃을 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사용자들은 이미 다양한 토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프로젝트와 경쟁하기보다는,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여 기존의 다른 토큰 홀더들이 자연스럽게 당신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개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명하다. 고객을 ‘우리만의 고객’으로 가두려 하기보다는, ‘생태계 전체의 고객’이 우리 서비스도 함께 쓰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사이트
고객은 섬이 아니다: 그들이 속한 네트워크를 이해하라.
AI 빅데이터 마케터의 관점에서 이 논문은 고객을 개별적인 점이 아닌,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한 사용자의 행동은 그 자신의 고유한 특성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네트워크 내에서의 위치와 관계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효과적인 WEB3 CRM은 개별 고객의 특성과 함께 그들의 네트워크 내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고객 페르소나 예시 (네트워크 역할 기반):
- ‘스페셜리스트 (The Specialist)’: 이들의 토큰 포트폴리오는 특정 섹터(예: DeFi, GameFi, AI 등)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이들은 해당 분야의 깊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 그룹으로, 여론을 주도할 잠재력이 있다.
- ‘인덱서 (The Indexer / Diversifier)’: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수십, 수백 개의 다양한 토큰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크립토 시장 인덱스 펀드’와 같다. 이들은 특정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WEB3 생태계 전체의 성장에 베팅하는 리스크 회피형 투자자이다.
- ‘허브 (The Hub / Influencer)’: 이들은 매우 많은 다른 사용자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어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다. 이들은 거래소, 마켓 메이커, 혹은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의 행동은 정보와 유동성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실질적인 마케팅 액션 제안:
- 전문가 그룹 활용: ‘스페셜리스트’ 페르소나를 식별하여, 신규 기능에 대한 심층적인 피드백을 요청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한 커뮤니티 앰배서더로 위촉하여 전문성을 활용한다.
- 포트폴리오 기반 상품 추천: ‘인덱서’ 페르소나에게는 여러 자산을 한 번에 예치하여 자동으로 수익을 최적화해주는 ‘볼트(Vault)’ 상품이나, 다양한 자산에 대한 시장 전체의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여 그들의 다각화 니즈를 충족시킨다.
- 네트워크 중심과의 파트너십: ‘허브’ 페르소나를 식별하고 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 예를 들어, 이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당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거나, 공동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여 그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