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디파이)가 어떻게 전통 은행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예대마진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지 분석하여, 한국 은행들의 대응 전략 방향을 제시한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인공지능과 암호화폐의 보급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 – 미국과 일본의 경험을 중심으로 –
- 저자: 이충열
- 게재 학술지: 금융브리프 (한국금융연구원)
- 발행 연도: 2020
- 핵심 요약: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라는 두 가지 기술이 은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비교 분석한 보고서이다. AI는 대출 심사, 고객 응대 등의 내부 업무를 ‘효율화’하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암호화폐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DeFi)은 은행의 전통적인 예대마진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위협하는 ‘파괴적’ 위협 요인임을 분석하고, 국내 은행들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연구 배경
전통 금융의 견고한 성벽에 ‘인공지능’과 ‘암호화폐’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하나는 성벽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기회이고, 다른 하나는 성벽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이다. 이 연구는 이 두 가지 상반된 힘의 실체를 분석하고, 성안의 은행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조망한다.
지난 10년간 은행 산업은 핀테크(Fintech)와 빅테크(Big Tech)의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두 가지 강력한 기술적 흐름이 나타났다. 바로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이다. 이 연구는 이 두 기술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다른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 인공지능: 점진적 혁신과 효율화 (AI as an Efficiency Driver) AI는 기존 은행의 운영 방식을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AI 챗봇은 24시간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고, 머신러닝 기반 신용평가 모델은 대출 심사의 정확도를 높이며,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은 금융 사기를 방지한다. 즉, AI는 은행의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점진적 혁신’**의 도구이다.
- 암호화폐와 디파이(DeFi): 파괴적 혁신과 탈중개화 (Crypto & DeFi as a Disruptor)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은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위협한다. DeFi는 은행이라는 중앙의 중개자 없이, 코드(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개인들이 서로 직접 돈을 빌려주고(Lending), 교환하며(DEX), 예치하는(Staking)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지향한다. 이는 은행의 **’외부’**에서 기존 금융의 역할을 **’대체’**하려는 **’파괴적 혁신’**이다.
본 연구는 금융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 두 가지 거대한 기술적 흐름이 실제로 은행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국내 은행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분석한다.
해결하려는 문제
인공지능과 암호화폐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적인 은행 산업이 직면한 기회(업무 효율화)와 위협(디파이의 부상)을 동시에 분석하고, 국내 은행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모색한다.
전통 은행들은 역사상 가장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 내부 과제: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AI와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고 내재화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
- 외부 위협: 은행의 핵심 기능인 예금, 대출, 송금 서비스를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DeFi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AI 기술 투자에 집중하여 내부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하는가? 아니면 암호화폐 수탁(Custody) 서비스나 DeFi 연계 상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가?
이 연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전략적 방향성의 불확실성’**이다. 한발 앞서 이 변화를 겪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은행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국내 은행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과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 모형
미국과 일본의 금융 산업 동향, 주요 은행들의 AI 도입 사례, 그리고 디파이(DeFi)의 성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AI와 암호화폐가 은행의 핵심 기능(자금중개, 지급결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분석하는 거시적 사례 연구를 수행한다.
본 연구는 특정 데이터셋에 대한 통계 분석이 아닌, 거시적인 산업 동향과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비교 분석하는 비교 사례 연구(Comparative Case Study) 방법론을 채택했다.
- 사례 선정: 금융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지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일본을 비교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다.
- 자료 수집: 각국의 금융 산업 보고서, 주요 은행(예: JPMorgan, MUFG)의 연차 보고서 및 보도자료, 금융 감독 당국의 발표 자료, 그리고 DeFi 시장 데이터(예: DeFi Llama) 등 공개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한다.
- 영향 분석: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AI와 암호화폐 기술이 은행의 핵심 기능(자금 중개, 지급 결제, 자산 관리 등)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한다.
- AI의 영향: 업무 자동화 수준, 비용 절감 효과, 신용평가 모델 정확도 개선 등.
- 암호화폐의 영향: 은행의 예금 이탈 현상, DeFi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은행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 진출 현황 등.
- 전략적 시사점 도출: 두 국가의 사례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한국의 금융 환경에 맞는 대응 전략과 정책적 제언을 이끌어낸다.
데이터 설명
특정 고객 데이터가 아닌, 미국과 일본의 금융 산업 동향 보고서, 주요 은행들의 연차 보고서 및 보도자료, 금융 감독 당국의 발표 자료, 그리고 디파이 관련 시장 데이터 등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 출처: 본 연구의 ‘데이터’는 정량적 데이터셋이 아닌,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산업 및 기업 관련 문헌 자료이다. 주요 출처는 연방준비은행(FRB), 일본은행(BOJ)과 같은 각국 중앙은행 보고서, McKinsey나 BCG와 같은 컨설팅 회사의 산업 보고서, 개별 은행의 발표 자료, 그리고 DeFi Llama와 같은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 플랫폼 등이다. 데이터의 성격은 오프체인(Off-chain) 거시/산업 데이터에 가깝다.
- 수집 방법: 문헌 연구, 뉴스 아카이빙, 시장 데이터 플랫폼 조회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 데이터 변수 설명: 본 연구는 수치 ‘변수’ 대신, 다음과 같은 ‘사례 분석 요소’들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 AI 도입 사례 분석 요소:
적용 업무 영역
:대출 신용평가
,AI 챗봇/콜봇
,이상거래탐지(FDS)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효과
:업무 처리 시간 단축
,인력 및 비용 절감
,리스크 관리 정확도 향상
.
- 암호화폐/디파이 영향 분석 요소:
DeFi 시장 규모(TVL)
: 탈중앙화 금융에 예치된 총 자산 규모의 추이.스테이블코인 발행량
: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규모.전통 금융과의 연계
: 은행들의 암호화폐 수탁(Custody) 서비스, 암호화폐 연계 펀드 등 신사업 출시 현황.
- AI 도입 사례 분석 요소:
데이터 분석
미국과 일본 사례를 질적으로 분석한 결과, AI는 은행의 내부 운영을 ‘최적화’하는 점진적 혁신을 가져오는 반면, 디파이는 은행의 ‘중개’ 기능 자체를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을 유발함을 확인했다.
본 연구의 분석은 두 가지 기술이 은행 산업에 미치는 영향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고 비교하는 질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에 초점을 맞춘다.
AI 도입 사례 분석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은행들이 AI를 주로 기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내부 최적화’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출 심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AI 챗봇은 단순 반복적인 고객 문의를 24시간 처리하여 콜센터 운영 비용을 줄인다. 이는 은행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점진적 혁신’**에 해당한다.
반면, 암호화폐 및 DeFi 영향 분석에서는, 이 기술이 은행의 존재 이유 자체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분석한다. 사용자들이 은행 예금 대신, 더 높은 이자를 주는 DeFi 프로토콜에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하고, 은행 대출 대신 자신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DeFi 프로토콜에서 직접 자금을 빌리는 현상은, 은행의 핵심적인 ‘자금 중개’ 기능을 외부의 프로토콜이 대체하는 **’파괴적 혁신’**이다.
핵심 결과
미국과 일본의 은행들은 AI를 업무 자동화와 리스크 관리에 적극 활용하여 내부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나, 동시에 디파이와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에 따라 전통적인 예대마진 기반의 수익 모델이 잠식당하는 근본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 연구의 핵심 결과는 전통 은행 산업이 ‘점진적 내부 혁신’과 ‘파괴적 외부 위협’이라는 이중적인 현실에 처해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선도적인 은행들은 AI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흐름은, 블록체인 위에서 은행 없이 작동하는 DeFi 생태계의 성장이다. 고객들이 은행을 거치지 않고 P2P로 예금, 대출, 송금, 투자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과 수수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는 마치 더 빠르고 튼튼한 마차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동안, 옆에서는 자동차가 발명되고 있는 상황과 같다.
시사점
전통 금융 기관들은 AI를 통한 내부 혁신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과 디파이라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야 한다.
이 연구는 한국의 금융 기관들에게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방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를 도입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다가오는 DeFi의 도전을 막을 수 없다. 방어 전략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공격 전략을 함께 구사해야 한다.
둘째, Web3를 ‘이해’하고 ‘실험’해야 한다. DeFi와 암호화폐를 단순히 투기적인 위협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본질과 잠재력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암호화폐 수탁(Custody) 서비스 제공, STO(증권형 토큰) 발행 플랫폼 구축, DeFi 프로토콜과의 연계 상품 개발 등, 리스크를 관리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적극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미래는 ‘더 나은 은행’이 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종류의 금융 서비스 제공자’**로 거듭나는 것에 달려있음을 이 연구는 역설한다.
인사이트
AI로 ‘더 나은 은행’이 될 것인가, 블록체인으로 ‘새로운 은행’이 될 것인가.
이 논문은 기존 산업의 ‘강자’가 어떻게 파괴적 혁신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전적인 전략 프레임워크를 금융 산업에 적용하여 보여준다. AI는 기존 비즈니스를 더 잘하게 만드는 ‘존속적 혁신’이고, DeFi는 기존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다. 마케터는 우리 회사가, 그리고 우리 고객이 이 두 가지 힘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 페르소나 예시: “은행을 떠난 자, 디파이 다니엘(DeFi Daniel)”
- 특징: 다니엘은 더 이상 전통 은행을 신뢰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즉시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하여 자신의 개인 지갑에 보관한다. 여유 자금은 은행 예금 대신 에이브(Aave)나 컴파운드(Compound)와 같은 DeFi 프로토콜에 예치하여 훨씬 더 높은 이자를 받고, 대출이 필요할 때도 은행의 복잡한 서류 심사 없이 자신의 암호자산을 담보로 DeFi 프로토콜에서 즉시 빌린다. 그에게 DeFi는 더 나은 은행이 아니라, 그냥 ‘금융’ 그 자체이다.
- 데이터 기반 행동: CEX에서 법정화폐를 USDC로 전환 후 즉시 개인 지갑으로 출금. 주요 활동이 은행 앱이 아닌, Aave, Compound, Uniswap 등 DeFi 프로토콜에서 발생.
- 실질적인 마케팅 액션 제안 (DeFi 프로토콜 관점):
- ‘은행 탈출(Unbank Yourself)’ 캠페인: ‘디파이 다니엘’과 같이 CEX에서 월급날 직후 주기적으로 USDC를 구매하여 DeFi로 진입하는 사용자 그룹을 타겟으로, 전통 은행의 낮은 예금 이자율과 DeFi 프로토콜의 높은 예치 이자율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콘텐츠 마케팅을 실행한다. **”당신의 월급, 은행에서 잠자게 두지 마세요”**와 같은 강력한 메시지로 고객의 전환을 유도한다.
- 신뢰와 안정성 마케팅: 은행의 가장 큰 경쟁 우위는 ‘안정성’과 ‘신뢰’이다. DeFi가 은행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프로토콜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받은 보안 감사(Audit) 결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프로토콜의 자산을 보장하는 보험 서비스(예: Nexus Mutual)와의 연동을 강화하며, 글로벌 회계법인의 실시간 예치 자산 증명(Proof of Reserves) 결과를 대시보드에 투명하게 공개하여 잠재 사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한다.
- 기관 고객 온보딩 프로그램 (B2B2C): 이 논문이 지적한 은행의 위협을 역으로 활용한다. 전통 금융 기관(자산운용사, 지방은행 등)이 Aave와 같은 DeFi 프로토콜을 백엔드로 쉽게 활용하여 자신들의 고객에게 DeFi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관 전용 인터페이스(API)와 기술 지원, 규제 준수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B2B 온보딩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