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인구통계학적 정보나 RFM을 넘어, 카드 거래 데이터에 나타난 소비 업종, 시간, 장소 등 실제 ‘행동’을 기반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라이프스타일 그룹을 도출함을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논문 요약
- 논문 제목: CRM을 위한 행동기반 고객세분화 연구: 카드사의 고객세분화 사례를 중심으로
- 저자: 오준수
- 게재 학술지: 고려대학교 대학원
- 발행 연도: 2012
- 핵심 요약: 카드사 고객의 실제 거래 행동 데이터(소비 업종, 결제 시간/장소 등)를 기반으로 군집분석을 수행하여, 단순 가치 기반 세분화보다 구체적인 라이프스타일 세그먼트를 도출하고 이를 통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 배경
CRM 분야에서 고객 세분화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초기에는 연령, 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을 나누었고, 이후에는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과 같은 가치 기반 정보로 고객을 분류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고객이 ‘왜’ 그런 가치를 갖게 되었는지, 그들의 실질적인 삶의 모습(Lifestyle)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못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행동기반 세분화(Behavioral Segmentation)**에 초점을 맞춘다. 행동기반 세분화의 핵심 철학은 “고객이 스스로 말하는 정보보다, 그들의 실제 행동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즉, 고객의 카드 사용 내역이라는 ‘객관적인 행동 기록’을 분석하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선호도, 니즈를 훨씬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이 연구는 출발했다.
해결하려는 문제
고객의 가치(RFM) 기반 세분화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세분화를 시도했다.
RFM 분석은 ‘누가 우량 고객인가?’는 알려주지만, ‘그 우량 고객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는 알려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월 500만원을 쓰는 두 명의 VIP 고객이 있을 때, 한 명은 주로 백화점 명품관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비하고 다른 한 명은 골프용품과 해외 항공권에 돈을 쓴다면, 이 두 고객에게 동일한 마케팅을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 연구가 해결하려는 핵심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즉, 가치나 인구통계 정보라는 ‘결과’에만 주목하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가 발생하는 ‘과정'(언제, 어디서, 무엇에)을 분석하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연구 모형
고객의 카드 거래 데이터를 시간대, 요일, 업종 등 다양한 행동 차원으로 가공한 뒤, 이를 입력 변수로 사용하여 군집분석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고객 그룹을 도출했다.
이 연구의 모형은 **행동 변수 공학(Behavioral Feature Engineering)**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석 프레임워크다.
- 행동 변수 생성: 원시(Raw) 카드 거래 데이터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동 변수들을 대량으로 생성한다. 예를 들어,
주중/주말 소비 비율
,시간대별(오전/오후/심야) 소비 비율
,업종별(외식/쇼핑/여가) 소비 비율
,온/오프라인 소비 비율
등을 각 고객별로 계산한다. - 변수 선택 및 가공: 생성된 변수들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서로 독립적인 변수들을 선택하고, 군집분석에 적합하도록 데이터를 표준화한다.
- 군집분석 실행: 가공된 행동 변수들을 입력값으로 하여 K-평균(K-Means)과 같은 군집분석 알고리즘을 실행,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고객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다.
- 라이프스타일 프로파일링: 형성된 각 군집(세그먼트)이 어떤 행동 변수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는지 분석하여, ‘주중 직장인 소비형’, ‘주말 가족 여가형’ 등과 같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페르소나를 정의한다.
데이터 설명
특정 카드사의 고객 기본 정보와 일정 기간 동안의 상세한 신용카드 승인 내역 데이터를 활용했다.
- 출처: 논문에 구체적인 카드사명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국내 대형 카드사 한 곳의 내부 데이터를 비식별화하여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온체인 여부: 온체인 데이터가 아닌, 중앙화된 금융 기업의 오프체인(Off-chain) 데이터이다.
- 수집 방법: 카드사의 거래 승인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원시 거래 로그(Transaction Log)를 특정 기간(예: 6개월 또는 1년) 동안 수집하고, 이를 고객 ID를 기준으로 집계하여 분석용 데이터셋을 구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 데이터 변수 설명: 이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원시 데이터를 가공하여 풍부한 **’행동 변수’**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변수 구조는 다음과 같이 계층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 1차 원시 데이터 (Raw Data): 시스템에서 직접 수집되는 기본 정보.
고객 ID
,거래일시
,가맹점명
,가맹점 업종코드
,거래 금액
등.
- 2차 파생 행동 변수 (Engineered Behavioral Features): 본 연구의 핵심 분석 대상.
- 시간 기반 변수:
주중 사용액 비율
,주말 사용액 비율
,출근/점심/퇴근/심야 시간대별 사용액 비율
등. - 장소/업종 기반 변수:
외식 업종 사용액 비율
,쇼핑 업종 사용액 비율
,의료/건강 업종 사용액 비율
,온라인 가맹점 사용액 비율
등. - 결제 패턴 변수:
건당 평균 결제 금액
,월평균 할부 이용 건수
등.
- 시간 기반 변수:
- 해석 보조용 변수 (Demographic Data):
연령
,성별
,직업
,소득 수준
등 (군집의 특성을 해석하는 데 부가적으로 사용).
- 1차 원시 데이터 (Raw Data): 시스템에서 직접 수집되는 기본 정보.
데이터 분석
카드 거래 로그에서 고객별 행동 패턴을 나타내는 파생변수들을 생성하고, 이 변수들을 기반으로 군집분석을 수행하여 고객들을 라이프스타일 그룹으로 분류했다.
분석 과정의 핵심은 단순 거래 내역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프로필’로 변환하는 피처 엔지니어링(Feature Engineering) 단계에 있다. 각 고객에 대해 ‘외식비로 얼마를 썼는가’ 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인가’와 같은 상대적인 비율 변수를 계산했다. 이렇게 수십 개에 달하는 행동 변수로 구성된 ‘고객 프로필 벡터’를 만든 후, 이 벡터들을 K-평균 군집분석 알고리즘의 입력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유사한 소비 패턴, 즉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들이 같은 군집으로 묶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각 군집의 프로필을 상세히 분석하여, 어떤 행동 특성이 해당 군집을 정의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마케팅적으로 활용 가능한 이름을 부여했다.
핵심 결과
고객을 ‘주중 업무 집중형’, ‘주말 여가 소비형’, ‘온라인 쇼핑 매니아’, ‘자기계발 투자형’ 등 구체적인 라이프스타일 특성을 가진 세그먼트로 성공적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RFM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고객 세그먼트들을 성공적으로 도출했다. 예를 들어, ‘주중 업무 집중형’ 세그먼트는 주중 점심시간에 판교, 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에서의 소비가 집중되는 반면, ‘주말 여가 소비형’ 세그먼트는 주말에 쇼핑몰, 영화관, 외곽 레스토랑에서의 소비가 두드러지는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고객의 가치(얼마나 쓰는가)가 아니라 고객의 행동(어떻게 쓰는가)을 기준으로 분류할 때, 마케터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훨씬 더 풍부하고 명확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시사점
고객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며, 행동 데이터는 가장 정직한 고객의 목소리다.
이 연구는 CRM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이제 고객 세분화의 중심은 인구통계나 자산 규모 같은 정적인(Static) 정보에서, 고객의 실제 소비 패턴과 같은 동적인(Dynamic) 행동 정보로 완전히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행동 데이터는 고객이 직접 설문조사에서 밝히는 것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진실된 니즈를 담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들의 삶의 리듬에 맞춰 가장 적절한 순간에, 가장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맥락 마케팅(Context Marketing)’을 구현해야 한다는 강력한 실무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사이트
고객의 지갑이 아니라, 고객의 ‘발자취’를 따라가라. AI/빅데이터 마케터에게 이 논문은 데이터 분석의 초점을 ‘가치’에서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액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기술적 분석 결과를 즉시 활용 가능한 페르소나와 마케팅 전략으로 변환하면 다음과 같다.
- 고객 페르소나 예시: ‘자기계발 투자형 직장인’
- 30대 초반,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들의 소비는 주중 퇴근 시간 이후와 주말에 집중되며, 주로 서점(온/오프라인), 어학원, 피트니스 센터,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카드 사용 내역이 두드러진다. 패션이나 유흥 관련 소비는 적지만, 자신의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명품 할인’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유명 강사 경제 특강 얼리버드 할인’이나 ‘피트니스 센터 3개월 등록 시 1개월 추가’와 같은 혜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실질적인 마케팅 액션 아이디어
- 제휴 마케팅(Co-marketing):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나 피트니스 체인과 제휴하여, 해당 카드사 카드로 결제 시 특별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이 세그먼트에게만 타겟 광고를 노출한다.
- 콘텐츠 마케팅: 카드사 뉴스레터나 블로그에 ‘갓생 살기! 2030을 위한 자기계발 클래스 추천’과 같은 콘텐츠를 발행하고, 자연스럽게 제휴사 혜택으로 연결하여 이들의 관심사를 공략한다.
- 신상품 개발: 이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교육, 도서, 운동 관련 업종에서 특별히 높은 할인율/적립률을 제공하는 ‘자기계발 특화 카드’를 기획하고, 이 세그먼트를 대상으로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한다.